발표라는 압박
- 원래, 발표를 딱히 못하는 것도 아니였지만 그렇게 잘하는 것도 아니였다.
- 그렇다고, 남들 앞에 서서 말할 때 긴장하는 타입도 아니였고, 시키면 하고 아니면 말고 딱 그런 스타일.
- 딱히, 발표라는 행위에 대해 긴장이나 압박을 느끼지는 않았다. 한번은 학원에서 역사 강사로 일한 적이 있었다.
- 처음에는 학원 그까이꺼~ 뭐 그냥 해보면 되지 라고 생각했다. 그런데, 생각해보니..
- 나는 초중고 시절 학원을 다녀본적이 없었다. 어떤 애들이 학원에 다니는지, 어떤 생각으로 다니는지 몰랐다.
- 그냥, 내가 혼자 공부했던 것처럼 가르치면 되겠거니.. 생각했지만 그것은 큰 오판이었다.
- 매일 이런 표정으로 나를 마주하는 아이들을 바라보며.. 더해지는 긴장감과 + 긴장하다보니 하게되는 헛소리들
- 이러다보니.. 아이들을 피하게 되고 수업은 더 엉망진창이 되고
- 그러다가 짤렸다. 한달도 안돼서. 그리고, 남들 앞에 설 때 마다 전에 느끼지 못했던 긴장감을 느끼기 시작했다.
생각보다
- 나 말 잘 못하는구나... 라는 사실을 그때 처음 깨달았다.
- 그날 이후로 소위 말씀 좀 한다고 하시는 분들의 영상이란 영상은 죄다 닥치는대로 찾고 수집했다. 그리고,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발표 자료 들도 볼 수 있는대로 모조리 다 봤던 것 같다.
- 그리고, 발표 기회를 적극적으로 찾아다녔다.
- 물론, 지금도 발표를 잘한다고 할 수는 없다. 하지만, 일하던 학원에서 짤렸던 때 보다는 나아진 것 같다.
- 오늘은 그동안 발표라는 압박속에서 탈압박하기 위해 고민했던 것들에 대해 소소하게 적어보려 한다.
발표자의 포지션 이해하기
- "발표자"가 가지는 포지션에 대해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. 축구로 따지자면 기본적으로 발표자는 "공격수"에 가깝다.
- 청중들이 가지고 있는 의심이라는 "수비수"를 따돌리고 골대에 메시지라는 "골"을 넣는 것이 발표자의 임무이다.
- 물론, 발표장에서 청중들은 면접관마냥 압박하거나 내 골을 뺏으려 달려들지 않는다. 발표를 하러 나왔다는 것 자체에 대부분 호의적이시다. 하지만, 그것은 호의이지 의무가 아니다.
- 청중들도 본인의 시간을 따로 빼서 발표를 들으러 참석한 것이다. 내가 시간을 내서 들을 만큼 이 발표가 가치가 있었는지 당연히 고민할 수 밖에 없다.
- 그러니, 누군가는 발표를 듣는 도중 고개를 갸우뚱 할 수도 있고 이해가 되지 않는 표정을 지을 수도 있다.
- 혹은 원래 그냥 한 가지 표정만 짓는 분이실 수도 있고 발표장에서 갑자기 안 좋은 일이 생겼거나, 전날 잠을 잘 못주무셨을 수도 있다.
- 그러니, 발표장에서 일어나는 여러 일들에 대해 신경쓰지말자. 발표자는 공격수다. 공격수는 수비수의 압박을 이겨내고 골을 넣어야 한다.
좋은 발표 자료란
- 어떤 발표 자료가 좋은 발표 자료일까?
- 정답은 없지만 발표자가 말을 하지 않고 자료만 봐도 이해할 수 있는 자료가 좋은 발표 자료라고 생각한다.
- 물론, 발표를 하는데 발표자가 말을 하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는 자료를 만들라니.. 당연히 이상하게 느낄 수 있다.
- 하지만, 호흡을 가다듬고 천천히 생각해보자. 발표를 들을 때 우리는 어디를 쳐다보고 있는가?
- 당신이 정우성이라면 당신의 얼굴을 보고 있겠지만.. 보통 청중들은 발표자의 얼굴을 보고 있지 않는다.
- 일반적으로는 스크린 화면 속의 발표 자료를 보고 있다.
- 따라서, 자료만 봐도 이해가 갈 수 있도록 PPT를 만들어야 한다. 그래야 사람들이 계속 집중할 수 있다.
이해가 잘 되는 발표 자료란
- 최근, 침착맨 채널에 나영석 PD가 출연해서 유튜브 운영에 대한 고민 상담을 했다. 얘기 중 나영석 PD는 침튜브 = 소일거리하면서 편하게 볼 수 있는 방송 이라고 했고
- 여기에 대해 침착맨은 본인의 방송이 "집중 안 해서 봐도 되는" 방송이라고 얘기했다.
- 그리고, 여기에 대해서 나영석 PD는 "재밌게 만들어야 겠다"는 본인의 강박에 대해서 얘기한다. 그리고, 다시 침착맨은 너무 재밌게 만들지말라는 얘기를 한다.
- 왜냐하면.. 너무 잘 만들면 "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집중력을 요구하기 때문이다."(=시청자들로 하여금 노력을 요구한다.)
- 비슷한 내용을 책에서도 볼 수 있다.
https://product.kyobobook.co.kr/detail/S000001942512
- P133. 장에서 하려는 이야기를 보는 사람이 수고를 들이지 않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.
- P26. 유치원생이 보더라도 뭘 하라는지 알게끔 써 봐.
- 5년 전 쯤.. 학교에서 머신러닝 알고리즘인 의사결정나무에 대해서 설명할 일이 있었다.
- 지니 계수에 대해서는 위 공식만 가지고도 쉽게 설명할 수 있다. 하지만, 내가 속한 과는 심리학과였고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머신러닝에 대한 지식이 많지 않았다(저는 지금도 없습니다).
- 그래서, 한참 고민하다가 "지니"라는 단어를 보고 흠.. 램프의 요정 지니는 다 알잖아? 라는 생각에
- 위와 같이 자료를 구성했었다. 중요한 것은 "Gini 계수가 낮을 수록 좋다"이다. 이것을 쉽게 이해시키기 위해서
- Gini를 = 램프의 요정 지니로 표현하고 부등호와 지니의 크기를 이용해서 작을수록 좋다는 것을 표현했다.
- 내 뇌피셜로는 당시 발표에 대한 반응이? 나쁘지 않았었던 것 같다.
너무 잘(=어렵게) 만들려고 하지 말자.
어쩌면 사람들은 그것을 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.
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수고로움을 덜어주거나 혹은
그런 노력이 엿보이는 것 그것이 좋은 발표 자료라고 나는 생각한다.
목차를 꼭 적어야 할까?
- 정답이 있는 영역은 아니다. 그리고, 어떤 상황에서는 목차를 꼭 기입해야 할 수도 있다. 하지만, 나는 되도록이면 넣지 않으려고 하는 편이다.
https://www.youtube.com/shorts/-uods-02tiM
- 압도적인 유익함을 전달해주시는 페이퍼로지님의 영상이다.
- 영상 속 설명을 빌리자면, 목차를 넣는 것은 대략 이런 느낌이다.
- 예를 들어, 범죄도시3를 보러갔는데 영화 초반 대뜸 마동석씨가 나와서
- 28분에 내가 누구 때릴거고 58분에는 누굴 또 때릴거고 73분에는 누굴 때릴거고 마지막에는 누굴 때릴거고
- 결국 나한테 다 쳐맞는거야! 라고 하고 갔다고 생각해보자. 영화를 보는 재미가 반감되지 않을까?
도입부를 어떻게 시작해야할까?
- 아니 그럼 목차도 안적으면 발표 도입부는 어떻게 시작하라는 말이지? 라고 생각하실 수 도 있다.
- 도입부는 자연스럽게...
- 라고 적으려다가 몇 자 더 적어보면
- 가장 적기 좋은 내용은 "시작한 동기"라고 생각한다. 왜 영화에도 보면 그런 장면들이 자주 나오지 않는가.
- 주인공이 어렸을 때 호되게 맞는 장면이라던지. 혹은 주인공이 보는 앞에서 부모님을 죽이고 간다던지(너무 극단적인가?)
- 여하튼, 현재 주인공의 인격이 어떻게 형성된 것인지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.
- 그리고, 또 생각해보자. 교수님과 연구 주제를 논의하던 혹은 취업을 위해 면접을 보던지.. 혹은 어떤 일을 시작하려고 고민할 때도.. 지겹도록 나오는 질문은
- "왜 이걸 시작했는가?"이다.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동기에 대해 관심을 가진다. 왜냐하면, 본인도 비슷한 동기로 몰입할 수 있을지 궁금해하기 때문이다.
-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까지 내려갈 필요는 없다. 나의 동기가 다른 사람에게도 시작의 동기가 될 수 있을까? 정도만 생각하면 된다. 딱 그정도만, 고민하고 얘기해도 충분한 것 같다.
- 아니면, 청자로 하여금 생각할 거리를 초반부에 던져주는 것도 좋은 것 같다.
스크립트를 꼭 적어야 할까?
- 원래, 스크립트를 작성하지 않는 편이었는데 최근 들어서는 무조건 적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었다.
청중들이 가지고 있는 의심이라는 "수비수"를 따돌리고 골대에
메시지라는 "골"을 넣는 것이 발표자의 임무이다.
- 앞서 위와 같은 얘기를 했었다. 스크립트는 결국 "골"을 넣는 방법에 대한 얘기이다.
- 스크립트를 보고 발표를 할 수 있어서 작성을 해야 한다기 보다는
- 스크립트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할 수 있기 때문에 스크립트는 무조건 적는 것이 좋은 것 같다.
말하기 습관에 대해서
- 발표를 하려고 여러 시도를 하다보면.. 자연스럽게 리허설을 하고 리허설을 하다보면 본인의 말하기 습관에 대해서도 알 수 있다.
- 내가 주로 듣는 피드백은 "말이 느리다" / "말 끝을 흐린다"이다.
- 그래서 처음에는 이런 영상을 보면서 발음 연습을 하다가 내가 왜 말끝을 흐리는지 그 이유를 정확히 알게 되었다.
- 나는 일단 뱉고 -> 나서 생각을 하는 편이다. 그러다보니, 일단 말을 시작하고 말을 하면서 생각을 정리하게 되는데
- 생각을 정리하는 잠깐 사이 말끝을 흐리는 것 같다.
- 그래서, 최근에는 말을 하기 전 노트에 내가 해야 할 얘기에 대해 구조화하는 습관을 들이고 있다.
이런것도 발표 주제가 될까요?
- 발표를 하려고 하시는 분들 입장에서는 가장 많이들 하시는 고민 일 것 같다.
- 그래서, 여기에 대해서도 나름의 기준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.
- 이건, 내 생각은 아니고 성윤님께 발표 피드백을 받으면서 들었던 얘기이다.
- 발표 피드백 마지막에 성윤님께서 이런 질문을 주셨다.
- 동민님께서 준비하신 "발표가 사람들에게 어떤 생각/행동의 변화를 일으켰으면 좋겠나요?"
- 나는 이 말 자체가 "발표를 하는 훌륭한 기준"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.
- 그러니까, 내가 준비한 내용 속에 사람들로 하여금 변화를 일으키고 싶은 구체적인 생각이나 행동이 있다면 무엇이든 발표 주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.
가장 중요한 것은
-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계속 발표할 기회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.
- 운이 좋아서 누군가가 먼저 나에게 기회를 줄 수도 있지만, 보통은 그렇지 않다.
- 나한테 선뜻 어디서 발표 해주실래요..? 라고 먼저 물어보는 사람은 잘 없다.
- 그러니, 두 눈 부릅 뜨고 발표할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다가.. 발견하면
- 놓치지 말고 꼭 지원해보자. 그렇게 하다보면.. 압박받는 발표 상황에서도 탈압박을 할 수 있는 나름의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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